2008년 07월 09일
진중권의 글은 대안이 아니다.
진중권은 이미 예전부터 실망했으니 할 말 없지만 이 글을 올리신 우석훈 교수님에겐 적잖은 실망을 느낀다.('88만원세대' 때문에 엄청 존경했는데 크흑 ㅠ_ㅠ)
일단 진중권은 리포터가 아니다. 그는 리포터로서 지녀야 할 중립성이나 냉철함을 지니지 못했다.
정말 리포터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다면 백분토론이나 끝장토론 같은 곳에 나와서 자기 말만 드높이고, 한나라당의원을 까대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높이는 행위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리고 촛불집회에 대해 이야기하자면...휴우~-_-;;
일단 촛불집회는 광우병을 이슈로 시작했지만 모임 자체와 분위기는 재협상이라기 보다 이명박 퇴진이었다.
5월 2일 처음 촛불집회를 주도한 세력이 여러분이 아는 안티이명박카페인 '이명박탄핵투쟁연대'였다는 거 아시는지?
그리고 4월 6일부터 아고라 청원 게시판에 국회에 이명박 탄핵을 위한 서명운동에 130만명이 서명한 거 기억하시는지?
그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이었던 박원석이란 사람이 1700여 시민단체를 모아서 5월 6일 만들어낸 대안세력이란 것이 '광우병국민대책회의'였다.
그러면서 이야기가 이명박탄핵이 아닌 광우병과 재협상으로 넘어간 것이다.
우리 생각해보자.
처음 이명박에게 열 받은 건 광우병 하나가 아닌 대운하와 민영화를 전부 포함한 것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모든 걸 한꺼번에 대질시켜서 이명박을 엄히 다스리는 게 마땅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흐름을 광우병대책위가 끊어버렸다.
그때 얼마나 한탄스러웠는지 말이 다 안 나온다. -_-+
처음부터 촛불집회가 광우병쇠고기가 아니고 이명박탄핵으로 갔다면?
만약 광우병대책위가 나와서 대중을 휘두르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미 처음부터 핵심을 놓친 채 싸우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와서 비폭력이네 저항이네 평화시위네 해도 촛불집회가 산으로 가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애초에 시위를 문화제로 잡아서 축제를 만들다니...이게 될 법한 이야기인가?
시위 도중에 술먹고 퍼진 사람들 봤을 거다. 진중권이나 다른 대책위들이 이런 거 잡아내서 걸러내는 거 봤나?
주위에 장사하는 분들에게 장사 지원할 텐지 술은 팔지 말아주십사 이야기만 했어도 됐을 거다.
그렇게 조중동과 한나라당에게 명분싸움 하려 했다면 이들부터 걸러내서 분위기를 제대로 잡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가 걸러내지 못해서 적들에게 해꼬지의 명분을 준 것이다.
그렇다면 진중권은 자신있게 이명박퇴진을 말하고 있는가?
진보세력 중 그 누구도 감히 자신있게 이야기하지 못한 이 문제를 그가 이야기했다면 높이 평가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 구호가 상징적인 구호라니?
이명박을 퇴진시켜야 이 모든 것을 막을 수 있는 현실을 추상으로 보고, 이명박이 알아서 항복할 것이라는 추상을 현실로 받아들인단 말인가?
이명박은 절대 자기가 하려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그에겐 자기만의 확신과 아집이 있다.
그걸 위해 그는 서울시장 때부터 칼날을 세우고 닦아왔다.
그런 그에게 주는 기회나 관용은 시간벌이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진중권은 여기 와서 다시 훈수가 아닌 리포터로 돌아간다. 한마디로 애매모호해진다는 말이다.
이미 촛불은 멀리 돌아왔다.
버스를 끄는 아주 미약한 저항마저 외면받는 절대비폭력시위란 이 분위기 속에서 우리에게 정당정치를 이야기한다.
도대체 누구를 지지하란 말인가?
지지할 정당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난 진보신당조차 진보라고 보지 않는다.
국민이 그들을 진정 필요로 하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줄 때 그들은 계속 다른 이야기만 하고 있었고 정권장악만을 꿈꾸고 있었다.
그들은 광우병대책위가 잘못된 길로 향할 때 그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국민의 이야기를 대변해주지 못했다.
그저 애매모호하게 촛불 위에 올라탔을 뿐이다.
진중권의 글에서 대안을 찾았다는 분들에게 묻겠다.
정말 그의 글이 이 모든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고 풀어내었다고 보는가?
자기자신과 진보세력에 대한 반성도 없이 도와달라는 글을?
자기들이 어떻게 변하겠다는 말도 없이 국민들에게 훈수를 두겠다는 글을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난 솔직히 이런 글 속에서 또다른 보수를 느끼기도 한다.
촛불은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계속된다.
다만 이 촛불을 다시 돌아보고 스스로 반성해야 할 시기이며 변화할 때이다.
우리가 처음 가두시위했을 때 목적을 잃고 자위하는 건 좋지 않다.
지금 필요한 건 우리만의 자기만족이 아닌 확실한 성과여야 한다.
진중권의 말 중 이거 하나는 옳다.
대안은 거리에서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실질적 성과는 거리에서 찾아야 한다.
# by | 2008/07/09 17:36 | 트랙백 | 덧글(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