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 24일
촛불을 내릴 때? 촛불의 진정성을 찾을 때!
이녁님의 글을 보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올 게 나오고 말았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추가협상이 차라리 되지 말기를 얼마나 바랬는 지 모른다. 하지만 합의가 잘 되지 않아 일찍 귀국하네 마네 하는 소식이 들리는 순간, '아, 저것들이 지금 극적타결을 만들기 위해 쇼를 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추가협상이 이루어지고 마치 대단한 일을 이룬 것처럼 말하는 김종훈 본부장의 모습을 보며 우려가 현실이 되었음을 느꼈다. 실제로 추가협상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추가협상으로 촛불에 대해 대대적으로 회의적인 시각을 갖기 시작한 것을 피부로 느낀다. 일명 '낚였다'라고 표현하면 정확하리라.
일단 이녁님이 이야기한 일차적 목적부터 짚어보자. 촛불시위를 참여하거나 지켜보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 중 하나가 이 싸움의 진정성에 있다. 촛불시위는 애초부터 어중간하게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시위를 어중간하게 해석하고 콩고물에 침을 흘리며 다가온 무리가 있었으니 그것이 '광우병국민대책회의'(이하 대책위)다. 지금도 이 대책위의 작태를 보고 있노라면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자제할 수 없다. 애초에 광우병이란 모토를 걸고 나온 것 자체가 촛불의 본질을 얼마나 우습게 보고 있었는 지를 보여준다. 명박퇴진이란 말은 시위 도중에 나온 말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미 캠프 데이비드에서 의기양양하게 돌아왔을 때부터 나온 말이었다. 그것을 '협상무효 고시철회'란 말로 돌린 것이 대책위다. 이 문제가 광우병에서 시작된 것은 맞지만 본질은 이명박정권이 계획하고 있던 모든 실정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그 본질을 시위 내내 이루어낸 정책과 폭력진압 속에서 충분히 검증해주었다. 잊지 말자. 미국산쇠고기협정은 6월 항쟁 때 박종철고문치사사건과 같이 시발점에 불과하다. 목적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추가협상의 성과를 이야기했다. 이것은 이녁님 스스로가 실효성이나 진정성에 대해 의심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다. 애초에 미국산쇠고기협상이 어떻게 진행되었는가가 더 중요하다. 원래는 국회의 동의를 충분히 거쳐서 국민의견을 수렴하고 넘어갔어야 할 문제를 두 국가 원수가 아무도 모르게 사인하고 추진해버린 사안이다. 이 협상 하나로 우리나라 농가의 목숨이 좌지우지할 수 있음에도 이명박대통령은 그들의 목숨줄에 철퇴를 가했다. 추가협상에서 실제로 기본협상 내용은 하나도 건드리지 못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도 여전히 광우병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30개월 이상의 쇠고기가 들어왔다고 해서 실제로 미국도축업체에게 가할 수 있는 페널티는 없다고 해도 옳다. 그리고 QSA제도를 도입했으니 안심할 수 있다고? 시장에 규제를 없애놓고 '그러지 않는 것이 더 좋을 거야'라는 권장사항만 달아놓으면 시장이 자율적으로 잘못된 길을 걷지 않는다? 이런 협상의 결과를 믿으란 말인가?
이명박이 양보했다고 했다. 우습다. 이명박대통령이 고개 숙이는 짓을 한 것은 서울시장 때부터 있었던 일이다. 처음 중앙버스전용차로제로 교통이 마비에 이르자 잘못했다고 고개숙이던 일을 그새 잊었는가. 지금은 불편함에 익숙해져서 마냥 이용하고 있지만 덕분에 버스비 상승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고개만 숙였을 뿐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은 적 있었나? 민영화 정책과 대운하 사업을 양보했다고 보는가, 진짜 그렇게 생각하나? 의료민영화는 이미 제주도에서 추진 중에 있다. 대운하사업은 서울에서 하지 못하므로 대구 등 영남지방에서부터 지자체장들이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사업추진 중이다. 서울에서 하지 않으면 당장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 뿐 이미 모든 것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걸 왜 모르나.
이명박대통령은 국민의 냄비근성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서울시장 때 그렇게 욕하던 사람들이 경제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면서 경제살리기와 가장 거리가 먼 이명박을 찍었다. 이것이 이 대통령에게 커다란 교훈으로 남게 된 셈이다. '국민들은 금방 잊고 금방 변하며 눈에 보이는 것만 잘 꾸며도 역전이 가능하다' 처음 들고 나온 747전략이 바로 이 알량한 이 대통령의 생각을 대변해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고개만 숙이고 눈에 보이는 것만 그럴듯하게 바꾼다고 본질이 변하는 것이 아니다. 권력층들이 그러하고 특히 이명박이 그러하다. 고소영 강부자 내각을 정리하는 것 자체가 그들이 정말 고소영 강부자 내각이었음을 보여준 셈이다. 고소영 강부자만 아니면 그 내각은 제대로 된 내각이란 말인가? 왜 이러시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정몽준이가 "난 고소영 강부자 아닌데"라고 뻐기는 것 아닌가.
결국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어설프게 넘어가면 어떻게 되는 지 6월 항쟁이 말해준다. 그렇게 싸워서 대통령직선제를 이루었다고 좋아하던 사람들은 문민정부의 출범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들은 선거조작으로 결국 노태우가 정권을 잡는 걸 지켜봐야 했다. 군부정권에서 문민정부로 바뀌기까지 다시 5년이 지체되었다. 이명박이 양보했다고 좋아라하다가 분명 뒤통수 맞는다. 왜냐? 이명박이 아직도 대통령이며 그 밑의 딴따라인 한나라당이 거대여당으로 군림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 두 세력을 어떻게 막을 셈인가. 사람들은 아직도 한나라당이 얼마나 더럽고 무서운 조직인지 잊고 있다. 그들은 수구보수조차 아니다. 상황에 따라 자신의 이익만 충족되면 무슨 짓도 할 수 있는 잡변단체다. 그들의 본질은 친일과 친군부독재였다. 지금은 촛불의 힘이 너무 거세니까 깨갱거리고 있지만 조금만 촛불이 흔들려도 국민을 '천민'으로 매도해서 생매장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다.
촛불은 지쳐있다. 사실이다. 진작에 명박퇴진 하나로 목숨걸고 싸워야 했던 문제를 계속 잘못된 본질과 시위형태로 싸우다보니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이겨야 할 싸움이 이렇게 늘어진 이유는 하나다. 명분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싸움의 목적을 잘못 짚었던 탓이다. 쇠고기 재협상이 아니라 명박퇴진으로 싸워야 했으며 '비폭력'이 아니라 저항운동으로 갔어야 했다. 촛불문화제라니... 이게 무슨 말장난이란 말인가. 지금 우리는 집시법까지 어겨가면서 정부와 말 그대로 맞장뜨고 있는 거다. 그런데 그걸 축제란다. 전경한테 맞고 소화기와 물대포 맞아가면서 피터지는 축제를 했으니 이게 어디 제대로 된 모습이었단 말인가. 전방에 있는 사람들은 전경들과 싸우느라 죽어나가고, 교체 및 지원해주어야 할 중간의 사람들은 춤추고 노래부르고, 지속적으로 서포터해야 할 후방의 사람들은 주저앉아 술 마시면서 싸우는 모습을 불 건너 강구경하듯 보고 있으니 당연히 지칠만도 하다. 그래 놓고 추가협상이란 말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제 그만 하자고 말한다.
지금 촛불을 내리면 회생 불가능이다. 사람들은 두 번 다시 이 무의미한 싸움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진정으로 싸우던 사람들이 영원히 이명박과의 싸움을 포기하고 다시 눈 가리고 귀 막을 거란 말이다. 왜 진정 피눈물 흘리며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지도 않고 함부로 촛불을 내리자고 말하는가. 이녁님의 글을 읽으면서 이분도 분명 일반시민이며 나름 지성을 갖추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슬프고 화가 난다. 밤 늦게, 아니 아침까지 맨 앞에 서서 전경들과 대치해본 적 있으신지 묻고 싶다. 그렇게 싸우다 전경들이 들이닥치기 직전, 갑자기 사람들을 이끌고 사라져버리는 대책위의 모습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본 적이 있는 지 묻고 싶다. 그 후 달려드는 전경들과 몸으로 부딪히며 막아내는 데 뒤에서 "비폭력!" "전경들하고 싸우지 마!"라고 시위대에게 외치는 고함에 풀이 죽어 아무것도 못하는 그들의 답답함을 느껴보셨는가. 또한 무력하게 전경들에게 맞아가면서 밀려나야 하는 허탈함을 느껴보신 적 있는 지 묻고 싶다. 그러면서도 날마다 나와서 버티는 촛불이다. 이 모든 것을 다 느껴보신 다음에도 촛불을 내리자는 말이 나오는 지 묻고 싶다.
촛불은 잘못된 방향을 가고 있다. 당연하다. 목적이 잘못되었으니 그럴 수밖에... 촛불의 진정성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없다. 그냥 촛불 들고 달려갔을 뿐이다. 그래놓고 촛불에 대한 의심은 무조건 알바니 프락치니 몰아서 생매장시키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진정성 없는 촛불은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이녁님의 글이 아니어도 내리자고 스스로 말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촛불의 진정한 목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동안 너무 많은 사공을 이끌고 이슈만을 쫓아다녔다. 이젠 핵심을 찔러서 순식간에 끝내야 한다. 목표는 명박퇴진이다. 그리고 비폭력이 아닌 저항시위로 가야한다. 그래서 단번에 청와대를 점령하고 이명박이 스스로 나오게 유도해야 한다. 그것이 아닌 촛불은 결국 패할 수밖에 없다.
# by | 2008/06/24 03:14 | 시사입문Current Event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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